* 스타듀밸리 셰인 호감도 6 이벤트 스포가 있습니다.

 * 자살 관련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아.

농부가 내쉰 한숨은 세찬 빗소리에 가려져 산산이 흩어져버렸다. 빗소리에 묻힌 한숨 소리를 용케 들었는지 셰인이 몸을 움찔했다. 셰인의 그러한 미세한 몸짓을 단 하나도 놓치지 않은 농부는 그가 깨어있음을 쉽게 알아차렸다. 농부가 그에게 여상스레 말을 걸었다.

 

 "셰인, 여기 있었구나. 한참 찾았잖아. 집에 돌아가자. 마니 씨가 많이 걱정하고 계셔. 재스도 그렇고."

 

 셰인은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맥주캔을 이리저리 늘어놓은 채 쓰러져 있을 뿐이었다. 농부는 문득 셰인을 감싸듯이 늘어놓인 맥주캔이 꼭 그를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게 지켜 주는 펜스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스운 생각이었다.

 안 일어날 거야? 못 일어나겠어?

답이 없던 셰인이 갈라지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입을 열었다.

 야...

 

 "미... 미안..."

 

 셰인은 사과를 맥주로 인한 딸꾹질을 마지막으로 힘없이 끝맺었다. 그가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말을 이었다.

 내... 내 인생은... 거지 같아...
농부는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저번에 마니의 목장에서 있었던 일처럼 자조하며 쏘아붙이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왜, 내가 계획 필요할 정도로 오래 살 마음은 없다고 한 게 신경 쓰이기라도 했냐?'

농부는 그의 말에 답하는 대신 이어져 나올 말을 기다렸다.

 이 꼴을 좀 보라고...

 

 "난 대체 왜 사는 걸까..."

 

 셰인이 힘없이 한탄했다. 그는 계속 엎드린 채 쓰러져 있었다. 그의 맥없는 목소리는 빗소리에 잠겨 금방이라도 사그라들 것 같았다. 농부가 그의 말을 빼놓지 않고 듣기 위해서는 그에게 온 신경을 집중하는 수밖에 없었다. 농부는 셰인의 축 처진 모습을 한번 내려다본 다음 고개를 들고 양쪽으로 눈을 굴려댔다.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폭우에 가까운 비가 하루 종일 내리는 날이었다. 농부는 할 일이 없어 일찍 귀가했다. 낚시는 즐기지 않는 편이고 광산에 가기에는 준비가 아직 덜 됐기 때문이었다. 술도 당기지 않았다. 빗소리를 음악 삼아 집에서 오랜만에 고양이와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항상 바쁘게 돌아다니느라 잘 챙겨 주지도 못하는데 자신을 보면 애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울어 주는 고양이가 농부는 늘 고마웠다. 그런 사랑스러운 고양이를 미안함과 고마움을 한껏 담아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그러던 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즐거운 시간을 가르고 들려왔다.

 

 '이런 시간에 대체 누구지?'

 

 누구세요?

깜깜한 밤에, 그것도 폭우에 가까운 비가 내리는 날씨에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농부의 집을 찾아올 만한 사람은 딱히 없었다. 꽤 급한 일로 왔겠거니 하며 농부는 자신을 찾아온 손님에게 누군지 물었다. 문 밖의 손님이 대답했다.

 나야, 마니.

답을 듣고 문을 열었다. 마니가 서 있었다.

 "마니 씨? 무슨 일이세요?"

 

 마니는 비에 축축히 젖은 우산을 손에 들고 있었는데 그것을 쓰고 농부의 집까지 왔음이 명확해 보였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이 거센 빗속을 맨몸으로 뚫고 온 것처럼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농부는 그의 파랗게 질린 얼굴과 더불어 덜덜 잘게 떨고 있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일단 마니를 집안으로 들여보내는 편이 우선이라 생각해 들어오라고 권했다. 마니는 거절했다. 대신에 그는 농부에게 물었다.

 

 "여기에 셰인 안 왔니?"

 

 농부는 얼떨떨한 얼굴로 대답했다.

 셰인이요? 안 왔는데요.

마니는 셰인이 아직까지 집에 안 들어와 그를 찾으러 농부의 집까지 왔다고 말했다. 농부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아직 주점에 있는 게 아닐까요? 지금쯤이면 거기서 술 마시고 있을 시간이잖아요.

아니, 아니야. 이미 거기도 들렀지만 오늘은 안 왔다고 했어. 그래서 네 집에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여기에도 없나 보구나.

 

 마니는 농부와 셰인이 친하니 농부의 집에서 술이라도 마시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집까지 찾아왔다고 했다. 농부는 마니의 말에 조금 어색하게 웃었다. 집에 초대하고 그럴 정도로 친하지는... 친한 편이었나? 농부는 셰인과의 거리를 잘 가늠할 수 없었다. 그들이 주점에서 자주 얘기를 나눈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주점 이외의 곳에서 인사를 제외하고 얘기를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니, 있긴 했지. 그 호수 위에서 그리고 마니의 농장에서 만났을 때. 그때를 제외하곤 없었다.

 

 나눴던 대화 또한 그렇게 영양가 있지도 않았다. 대화를 몇 번이나 했음에도 농부는 셰인에 관해 아는 것이 잘 없었고 셰인 또한 그러했다. 게다가 셰인은 술을 받을 때만 제외하고 농부에게 거의 쌀쌀맞았다. 농부는 셰인이 집, 직장, 주점으로 동선이 뻔히 정해져 있는 사람이고 친구라고 할 만한 사람도 딱히 없기 때문에 마니가 자신을 그의 친구라고 생각했으리라고 판단을 내렸다. 마니는 자신의 예측이 틀렸음에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짓더니 절박한 목소리로 농부에게 부탁했다.

 

 "여기에도 없다면 정말 어딨는지 짚이는 구석이 없어. 부탁이야, 같이 셰인을 찾아 줘."

 

 마니의 말을 듣고도 셰인을 찾는 데에 동참하지 않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무조건적인 부탁이었던 것이다. 잠깐, 무조건적인 부탁이라는 것이 성립되는 말이었나? 이건 그냥 명령 아닐까? 농부는 스스로의 생각에 잠시 의문이 들었으나 그것을 제쳐 두었다. 지금 꼭 필요한 생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농부는 대답했다.

 당연히 그래야죠.

 

 비가 쏟아지는 날씨에, 그것도 밤에 맞닥뜨리게 된 갑작스러운 부탁은 농부의 심기를 조금 상하게 했다. 하지만 셰인이 잘못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그동안 겪은 일련의 사건 때문에 가지고 있었고 그를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농부는 그를 찾으러 집을 나섰다. 밖에 나가려고 문지방을 밟자 고양이가 농부의 뒤에서 울었다. 마치 가지 말라고 붙잡는 것같아 농부는 뒤돌아 고양이에게 다정히 말을 건넸다.

 빨리 올게. 먼저 자고 있어.

 

 마니와 농부는 갈라져 셰인을 찾기 시작했다. 거센 빗줄기 때문에 우산을 썼음에도 신발은 축축히 젖었고 옷은 무사하지 못하게 됐을 무렵, 그 때문에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알 수 없어질 때쯤 농부는 셰인을 발견했다. 그는 절벽 위에 쓰러져 있었다.

 

 

 

 "난 스스로의 삶도 통제하지 못하는... 구제불능 머저리야... 난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보다도 못한 놈이야..."

 

 셰인이 조용하고 느리게 읊조리듯 하는 말에 농부는 잠시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다가 현실로 빠져나왔다. 그의 스스로를 저주하는 말은 트림 소리로 끝이 났다. 농부는 그의 말에 답을 하는 대신 가만히 듣고 있었다.

 

 "요즘 자주 여기에 왔어... 아래를 보면서... 이곳이 바로 내 삶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야... 이 절벽이..."

 

 무슨 그런 무서운 말을. 셰인이 꺼내는 말에 농부는 약간 당황했다. 셰인이 엎드려 있었기에 농부는 그의 표정을 확인할 수 없었다. 그의 목소리로나마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는 있었다. 하지만 셰인이 대체 무슨 표정으로 그런 말을 입밖으로 꺼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 점이 더 농부를 당혹스럽게 했다. 


 "그... 근데..."

 

 셰인의 말은 부사어를 끝으로 바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의 트림 때문이었다. 셰인은 목을 가다듬으려는지 큼큼 헛기침을 하고 계속해서 말했다.

 너무 무서워, 불안해. 항상 똑같지...

뭐야, 셰인 얘 지금 우는 거야? 그의 목소리는 형편없이 떨리고 있었다. 그가 트림을 해서 헛기침이라도 하는 줄 알았던 농부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그는 울음 때문에 목이 잠겼고 그것을 가다듬기 위해 생기침을 토해냈던 것이다. 농부는 자신도 모르게 '야, 너 지금 울어?'라고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물을 뻔 했으나 가까스로 물음을 입 안으로 삼킬 수 있었다. 셰인의 말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야... 난 일하고, 퍼마시는 것밖엔 할 줄 몰라... 자... 자괴감을 덜어내기 위해서."

 

 셰인의 말에 농부는 조금 찔리고 말았다. 돌이켜 보면 자신이나 그나 일하고 퍼마시기 바빴음은 피장파장이었다. 셰인과 말을 트게 된 곳도 바로 그 퍼마실 수 있게 해 주는 주점 아니었던가. 그래도 그와 달리 그런 것밖에 할 줄 모른다고 자조해 본 적은 없었는데.

 

 저번에 마니는 셰인에게 만날 술만 마신다고 걱정 어린 타박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일 때문인지, 아니면 술 없이 살지 못할 것처럼 구는 스스로를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자신이 술을 자주 마신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농부는 어쩌면 몸을 가눌 수 조차 없을 정도로 퍼 마시곤 하는 셰인보다 일한 뒤 술 마시고 잠들기를 반복하는 데다가 그것을 자각조차 못한 자신 쪽이 더 정신 빠진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애써 생각의 방향을 돌려 다시 셰인에게로 초점을 맞췄다.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하지? 말해 줘... 지... 지금 내가 이 절벽에서 뛰어내리지 말아야 할 이유를 말해 줘..."

 

 사람은 왜 죽지 않고 계속 삶을 이어가야 하는가. 꽤 철학적인 주제였다. 농부는 학생 시절 문득 생긴 호기심으로 인해 몇 번 그것을 고찰해 본 적이 있지만 마음에 썩 드는 답을 낼 수 없었다. 너무 원론적인 주제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춘기가 끝날 즈음 농부는 어찌어찌 그것의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는 스스로가 찾아야 한다가 농부의 결론이었다.

 

 농부는 그의 말에 뭐라 답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어 계속 말없이 눈을 이리저리 굴리기만 했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알려 달라고 부탁해 봤자 타인은 아무 것도 알려 줄 수 없지 않은가. 그 사람은 자신이 아니니까. 농부 생각에 타인에게 그것을 부탁하는 것은 그 사람에게 스스로의 인생을 다 맡겨버리는 꼴이나 다름없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살아야 하는 이유라는 책임을 남에게 지우려 하다니 좀 비겁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농부는 정말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농부에게는 어쩌다 끼어들게 된 이 상황 자체가 너무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차마 셰인을 이 상황 속에 내버려 둘 순 없으니 어떤 대답이라도 해서 그를 집으로 데려다 줘야겠다고 판단했다.

Posted by 프라푸
,